덕유산 (20051217)

덕유산에 갔다.
서남부 지방에 눈이 많이 온다고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 댔지만..
덕유산이 그쪽 지방에 속한것도 아니고해서..
그냥..예정대로 삿갓대피소에서 하루밤 자고..삼공리쪽으로..하산하려고..했다.

처음 계획은 영각사 쪽으로..오르려했지만..
그래도 안전 산행을 위해..예전에 한번 가본적이 있는 황점으로 출발지를 정했다.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아서..매표소에서 조차 오늘 산에 오를 사람이 없을 거라 예상하고 금전통을 가지고 오지 않았단다. 땡 잡은 거지..
내려오는 간간히 보였지만 오르는 사람은 김성훈과장과 나뿐이었다.
눈발도 점점 거세졌다.
길조차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 모두 눈속에 파뭍혀버렸다.

예전엔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른 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눈이 쌓인 길이라 예전처럼 그리 쉽게 오르지는 못했다.
그래도 무사히 삿갓대피소에 도착하니..
산장아저씨가 지금 이쪽으로 향해오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해서 올라오지 못하도록 전화를 하고 계셨다.

그래도 우리는 무사히..산장에 도착했다는것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히터에 몸을 맡기고 몸을 한참이나 녹였다.
잠시후 도착한 사람들은 눈과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서, 보기가 좀 안스러울 정도록 고생을 한것같은 모습들이었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저녁을 거하게 해서 먹고..
이런 저런 잡담과 위성 DMB로 뉴스좀 보고..
산장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잠자리는 여느때보다 훨씬 편했다.

늦게까지 잠을 자고..아침에 일어 나니 선홍빛의 햇빛이 동쪽에서 불게 물들어 있었다.
내심..카메라의 메모리를 빼놓고 온것이 다시금 후회스러웠다.
당일 걱정했던거와는 달리 다음날 아침은 정말 깨끗했다.
하얗게 쌓인 눈과.. 쌔파란 하늘..

날씨가 좋지 않으면 그냥 황점으로 내려가자던 계획을 접고 향적봉에서 곤도라를 타고 가자고..의견을 모았다.
앞서간 사람들이 다져논 눈길을 따라..
우리는 걸었다.

처음에는 하얗고 푹신하게 쌓인 눈이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런 눈이 바람과 만나면 엄청난 힘을 동반할줄은 꿈에도 몰랐던것이다.
잠시 걷고 있으니 산을 넘으려는 검은 먹구름들은 강력한 바람과 에는둣한 추위 게다가 칼같이 날까로운 눈송이들을 동원하여 무차별적으로 우리를 공격했다. 우리는 최대한 방어자세를 취했했지만 온몸으로 먹구름의 공격을 받을수 밖에 없었다. 단지 위안이라면 고어텍스의 효과를 제대로 느낄수 있었다.

가장힘이 들었던것은 추위도 눈보라도 아닌..
안경이었다.
입김때문에 안경이 뿌였게 되고 결국 안경이 입김에 얼어 붙어서 길을 제대로 분간할수 없었서 안경을 벗었다, 꼈다를 반복하면서 길을 걸을수 밖에 없었다.
꽤 긴 길을 걷는 동안 라색 수술을 받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수백번 더 했던것 같다.
향적봉에서 따뜻한 라면국물을 생각하면서 향적봉 대피소에 도착하니..절망이었다.
수많은 등산객으로 인해 대피소는 대피소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단지 관광지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었다.
취사장은 몸을 녹이려는 사람들로 말그대로 발딧일 공간조차 없었고, 이곳저곳 쉴만한 장소는 모두 점령된지 꽤 오래되 보였다. 우리는 거금 8천을들여 컵라면 2개, 컵용기에 담긴 커피, 자유시간으로 허기를 때우고, 곤도라를 타기 위해 설천봉쪽으로 갔다.

거기에는 그래도 등산객들이 아닌 민간인들이 사람들이 꽤 많아 보였다.
이젠 세상으로 나온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곤도라를 타고 무주 리조트에 가니..여긴 전혀 딴 세상이었다.
다들 화려한 옷차림에 멋진 스키, 스노보드를 둘러 메고 화려한 건물과 전광판..
불과 몇시간전에 내가 있었던 장소와는 전혀 딴세상같았다.

좀 씁쓸한 기분을 뒤로하고 김성훈 과장은 서울가는 버스를 타고 나는 대전가는 버스를 타고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여느 산행과는 달리 고생을 좀했다는 생각이다.
음..고생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
같은 산인데도 한번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준적이 없다.
그래서 산이 좋은가 보다.

by skyforce | 2005/12/19 09:13 | [MY] 여행이야기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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